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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와 절망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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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정치적 의도와 합쳐질 때 그 빛을 잃고 무너지기 마련이다. 예술가의 정치적 타협, 예술가가 작품을 빚어낼 때 정치적인 의도가 들어간다면 그 창조물을 우리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역사는 언제나 후세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다르게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당시 상황에 대한 이해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입장에서 다시금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세기의 마에스트로라 불리는 빌헬름 푸르트뱅글러. 괴벨스는 푸르트뱅글러의 음악을 전면적으로 내세워 게르만 민족과 세계인의 통합을 이끌어 내려 했다. 이 마에스트로의 행적을 우리는 비판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해야하는 것일까? 푸르트뱅글러가 나치스 치하에서 연주한 연주회 중 가장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연주회는 1942년 4월 20일 베를린에서 있었던 히틀러 생일 기념 전야제 연주회일 것이다. 히틀러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에 참여해 나치스의 고위 장교들과 간부들 앞에서 지휘봉을 든 이 위대한 예술가의 행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이 연주회에서 울려 퍼진 곡은 아이러니하게도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이었다.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서 표현되는 사랑, 그리고 고난을 이겨낸 환희는 전 인류에 대한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 연주회에서 푸르트뱅글러가 그려내어 전달되는 합창교향곡의 환희는 게르만민족과 히틀러를 위한 것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전 인류에게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되는것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연주를 들어보고 생각해보자. 일찍이 이렇게 광기에 가득 찬 합창 교향곡이 존재했던가? 마지막 피날레의 미칠듯한 질주...푸르트뱅글러가 그려낸 합창교향곡의 폭발력과 광기는 권력자 히틀러와 게르만 민족에 대한 찬양의 환희인가? 아니면 멸망의 길로 걸어가고 있는 독일과 인류에 대한 절망감, 그리고 어두운 시대를 만들어낸 히틀러와 나치스에 대한 분노를 표현한 것인가?

푸르트뱅글러도, 히틀러도 세상을 떠난 지금, 해석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몫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D단조 Op. 125, 1942년 4월 20일 베를린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브루노 키텔 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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