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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과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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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얀은 스피드 광으로 알려져있다.

그가 소유한 자동차는 10대가 넘지만 몇대의 포르쉐, 롤스 로이스, 벤츠, 스바르, 아우디 콰트로 그리고 폭스바겐 골프등...특히 골프는 엔진을 6기통으로 개조한 것으로, 차체의 크기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스피드를 내는 차다.


나이가 이미 70을 넘어서도 그는 한적한 시골길을 240km/h로 질주하면서 스피드를 즐겼다고 한다. 그에게 있어서 비행기란 존재는 어쩌면 그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는 어쩔 수 없는 그런 것일 것이다. 끝없는 하늘, 광활한 구름 바다 위를 새처럼 훨훨 날고 싶은 것은 카라얀의 원초적인 꿈이기 이전에 수많은 젊은이들의 꿈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 대전중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 음악 감독으로 있던 음의 예술가 카라얀에게도 소집 명령장이 떨어졌다. 그때 그는 소집 명령을 기회라 생각하고, 공군에 입대하여 파일럿 자격을 따냈었으나, 그 명령이 각하되는 바람에 '파일럿 카라얀'의 출현은 사실상 단절되었다.


카라얀이 그의 일생에서 가장 깊은 나락에 떨어졌던 때는 전쟁 말기와 그 후 오케스트라 지휘 활동이 금지되었던 때였다. 이후 그의 생활이 다시 순풍에 돛단 듯 순조로워진 것은 1953년 여름으로, 그는 45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비행기 조종에 도전할 수 있었다. 스위스 아스코너에서 일개 학생으로 되돌아가 교관의 지시에 따라 혹독하리만큼 강도 높은 훈련과 이론 학습을 견뎌 냈다.


이때 그의 훈련기는 프롭기였지만, 훈련을 마친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파일럿 자격도 획득했다.


카라얀에게 있어서 비행기를 몰고 하늘을 나는 것은 그의 다양한 취미 가운데에서도 최대의 것이었고, 또 이것만큼 열성을 보인 것도 없었다. 하여튼 그의 항공기 조종은 단순한 취미의 영역을 넘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하루 동안 유럽 4개국에서 일을 마치고 저녁에는 집에서 휴식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눈이 두껍게 쌓인 장크트 모리츠의 비행장에선 자신이 아끼는 '팔콘 10'을 능숙하게 몰고 날아다니는 카라얀. '팔콘 10'은 6-7인승의 작은 제트기로, 장크트 모리츠의 전용 비행장에 세워 둔 다른 제트 여객기들에 비하면 장난감처럼 작은 것이었다. 그러나 '팔콘 10'은 장난감이 아니다. '파일럿 카라얀과 팔콘 10'의 비행은 멋 중의 멋이었다.



그는 비행기를 조종할 때는 언제나 젊어 보이는 스포티한 점퍼 차림으로 나선다. 출발 20분 전쯤 도착하여 조종석에 앉으면, 부조종사와 함께 그날의 비행 계획과 차트 지도, 기상 상태 등을 세밀하게 점검한다. 다음 순간, 그는 마치 보통 자동차라도 모는 듯한 능숙한 동작으로 활주로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둥실 떠오른 비행기, 기내에서 바라보는 지상의 세계는 한순간 숨이 멈추어질 만큼 황홀한 별천지이다. 수평 비행을 하며 바라보는 산과 산들. 마치 한 마리 나비처럼 알프스의 끝없는 산록 사이를 누비는 작은 제트기는 대자연의 웅대한 품속에 맴도는 하나의 환상이고, 희망이기도 하다. '파일럿 카라얀'은 둥근 원을 그리는가 하면, 빙빙 돌다가 다시 여유 있게 날개를 펴는 '새인간 카라얀'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다.


자연과의 합일, 그 순간의 카라얀은 벅찬 감동과 행복에 도취된 승리의 신, 개선 용사의 모습 바로 그것이다.


최근에는 제트기도 컴퓨터에 의한 완전한 계기 비행이 가능하지만, 카라얀은 계기 비행을 거부한다. 손수 조종하는 게 아니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특히 이 장크트 모리츠 공항에 착륙하기를 좋아했는데, 그것은 이 공항이 지형적으로 스릴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다른 공항과 비교해 이곳은 고도가 현저히 높고, 산악 지대에 있어 기상 조건이 나쁘고 항상 눈이 가득 덮여 있어 맑은 날이 드물다. 상공을 선회하면서 일순 눈이 걷힌 작은 공간을 발견해 착륙하는 것은 모험심 없이는 불가능한 일다.


카라얀은 이처럼 항상 무언가에 도전하고, 도전해야만 하는 챌린저인지도 모른다. 젊지 않은 젊은 챌린저...... 그의 그런 도전 정신은 그를 정신적으로 젊게 만드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베를린 필하모닉과 순회 연주를 떠날 때에도 그는 언제나 하늘을 타고 간다. 언제나 가슴 속으로는 하늘에 대한 동경을 품고 가는 것이다.



어떤 때는 항공사 파일럿 양성소를 방문해 보잉747조종석에 앉아 보는 희열을 누리기도 한다. 그의 만년인만큼, 보잉747이야말로 최신의 비행기였기 때문에, 그는 비행기를 처음 타 보는 나이 어린 홍안의 소년처럼 흥분해서, 조종석에 않아 교관의 상세한 설명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마침내 실제 비행 훈련에 들어갔을 때 그는 매니아답게 진지하고 침착한 표정으로 정신을 집중, 교관의 지시대로 계기들을 움직였다.


그는 1회의 이륙과 2회의 착륙연습으로 747기의 조종에 합격점을 얻었다.


그는 또 헬리콥터에도 도전을 했다. 실로 경탄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는 평소에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태평양을 단신으로 조종해 횡단하고, 그리고 그 다음은 히말라야 상공을 날면서 하늘에서 죽는 것이다."


하늘에서 자유를 보고, 또 그 넓은 폭의 자유와 대화를 나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하늘을 새처럼 날기를 좋아했던 카라얀. 카라얀 음악의 웅대함, 그리고 장대함을 그는 하늘에서 느끼고 배워왔던 것이다.


마치 조종 계기판을 보며 고도 속도 풍향 등을 읽고 정확히 항진하듯, 그는 스코어를 정확히 읽으며 오케스트라라는 하늘 속에 빨려들어가 선회하거나, 급강하하는지도 모른다. 음의 대가 카라얀은, 산과 바다에서도 그러했듯이 하늘에서도 예술혼의 진정한 의미와 음악을 배웠다.


출처 - http://operanara.cafe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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